권정생 선생님이 생각나는 요즘…

없는 집에서 태어나 가난의 굴레속에서 그 자신의 표현대로 오물덩이처럼 구르며 살다 안동의 작은 시골 교회 문칸방에 정착한 권정생. 결핵환자였지만 가난때문에 결핵을 치료받지 못해 전신결핵 환자가 되어 오줌보를 차고 살았던 그.

동화작가로 성공한 후 엄청난 부를 이뤘지만, 그는 이전과 똑같이 가난한 삶을 산다. 주어진 가난이 지긋지긋할만도 한데, 그는 고민도 하지 않고 가난을 선택하고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산다. 성자가 어디 멀리 뜬구름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보다 지독한 금권의 유혹 앞에서도 흔들림없는 그의 초연한 삶이 성자의 삶. 그는 우리 곁에 왔다간 성자이자, 자본이 세상을 쥐락나락하는 이 타락한 세상의 혁명가였다.

그는 돈의 유혹앞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라는 자신의 삶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소용 없다 잘라버리려 한 대추나무를 붙잡고 울며 지켜냈던 그 시절의 권정생이나 수십억이 통장 잔고에 쌓여있어도 오만원이면 부족하고 십만원이면 충분히 살았던 권정생이나 똑같은 권정생. 그는 그렇게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위대한 혁명가였다.

권력관계 상하관계속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 어느 순간 권력과 돈에 취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변해버린다. 그 누구의 예외도 없다. 법과 제도를 아무리 정비해도 사슬처럼 엮인 먹이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예수회의 신앙고백. 이 고백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 본질에 대한 처절한 자기 고백인 것 같다. 세상 어느 인간이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까.

남자 아랫도리 문제…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진행중인 문제. 우리 정치사의 거인이라고 언급되는 사람중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김종필 정도?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예외가 없다. 없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만큼 돈과 권력은 가까이 있으면 인간을 원초적 본능으로 이끈다. 이 본능의 문제에서 승리한 사람은 없다. 마음속으로 간음한 자는 이미 간음한 자라는 성서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 끝이 없고 결국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냐의 문제. 그 한계는 점점 졻혀져 왔고, 미투 운동에 힘입어 더욱 강력하게 졻아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

내가 그렇게 존경했고 지금도 존경하는 함석헌 선생. 그도 그가 하늘처럼 따랐던 인생의 스승 유영모와 여자문제로 헤어지게 된다. 불굴의 의지와 사상으로 시대를 헤쳐나가던 그도 순간의 유혹에서 흔들렸던 것.

이번 미투 운동을 보면서 가해자들에게 손가락질만 하며 자신은 거기서 멀찌감치 떨어진 것처럼 자위하는 남자들도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그 돈과 권력을 곁에 두고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미투 운동의 시작은 과거의 고발이지만, 결론은 남자 나아가 모든 사람이 그 돈과 권력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생각한다.

돈과 권력에서 소외된 자들의 한풀이가 되지 않고, 강자도 더 강한자에게 먹히는 약육강식의 구도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미투 운동이 더 불타올라야 하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본능에 대한 문제라면 본질에 대한 성찰이 따라야 하지 않은가.

 

 

담배 물고 피아노 치는 미켈란젤리

내가 환자라 그런가? 멋지다는 표현으로는 다 표현 할 수 없는 것 같다.

테스트먼트에서 나온 50년대 EMI 음원에는 조율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미칼란젤리의 육성이 담겨있다. 불행하게도 이탈리아어로 이야기 하기 때문에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다만 직접 연주하며 자기 원하는 조율 방향을 이야기하는 정황은 이해할 수 있다. 순간 순간 대화중 그가 연주 할 때 피아노에서 비정상적인 음향이 흘러나온다. 피아노에 대한 그의 완벽성을 느낄 수 있다.

이 시절의 미켈란제리는 정신과 육체 모두 절정에 서 있던 시기이다. 이 시기 그의 연주는 날이 바짝 선 칼날과 같다. 그의 완벽주의를 사랑한다. 수십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난 그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