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기장

구십세를 훨씬 넘긴 제주 사는 할머니의 일상을 티비에서 보았다. 단아하고 맑은 모습. 매일 일기를 쓰셨다. 한줄씩만. 수십년이 넘는 습관. 아름다운 습관.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과 밥 해먹고, 감귤 농사 지은 것. 그날 그날의 한줄의 기록들. 참 마음에 와 닿았다.

한 줄 씩만 쓸 수 있는 일기장이 있어서 구입했다. 그래서 저 한권이 10년 분량. 한 줄씩만 쓰면 좋은 점이 하루도 빠트리지 않는다. 기계적인 그날의 기록인데, 오히려 더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쓸 말이 많은 일기장과 같이 동행해야지.

 

 

나는 혼자있는 것이 좋다

외로움에 극한 방황을 하던 나는 그 방황을 끝에 귀한 선물을 받았다. 외로움에 곁을 내주는 삶의 자세를 받아들인 것.

독서모임과 친한 지인들을 만나느 경우를 제외하면 나는 어느 모임에도 출석하지 않는다. 그냥 회비만 내는 회원일 뿐. 동문회건 회사모임이건 어디든.

사회성이 없는 것도 맞지만, 혼자있는 시간 그 자체가 좋다. 음악듣고 책 좀 읽다가 인터넷도 하고 피아노 치고 운동하면 벌써 잘 시간이다. 일기를 쓰고 뉴스 좀 읽다보면 12시. 퇴근 후 그 황금의 시간은 이렇게 짧기만 하다.

혼자 있어야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입을 닫을 때 사물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