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경제관련 블로그에서 아주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유명한 HSBC은행, 약자가 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우리 말로 홍콩-상하이 은행이다. 그런데 미네르바가 이 유명한 은행을 글자 그대로 중국 자본으로 이해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경제에 까막눈인 나도 HSBC은행이 영국 자본인 것을 알고 있는데, 상식중에도 이런 상식을 모르는 사람이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켰다니, 이 나라의 한심한 수준에 다시 한번 까무라치게 놀랐다.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일반인으로서는 높은 수준의 경제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전문가로서의 식견은 많이 모자람을 보여준 직접적인 증거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자신의 편견과 상식으로 글을 쏟아냈는데 우리 사회가 전혀 이것을 소화시키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다음 아고라나 인터넷에서는 그럴 수 있다. 익명성이 전제되는 온라인 공간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그게 바보다. 그런데 실명과 신뢰성이 전제되는 언론이라는 곳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전문가 집단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자주 가는 위 블로그 운영자는 미네르바의 실체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정확한 판단을 내린 것 같은데 (물론 나같은 까막눈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아마 미네르바의 실체에 대해서 일찍히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 부정확한 내용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는데 전문가 집단이라는 곳에서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였는지 그것이 문제점이고 의문이다.
나는 경제에 관심도 없고 경제가 사람을 절대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학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미네르바가 써낸 글도 당연히 읽을 턱이 없다. 다만 신문에서 주가가 500선까지 떨어진다는 등 단편적인 사실들만 주어들었을 뿐이다. 단편적으로 주어들은 그의 주장은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들려 내가 이 나라가 정내미가 떨어져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온라인을 넘어서 신문지상까지 장식하며 대단한 파급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전문가 집단에서 뭔가 자정능력을 보여줬어야 했건만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결국에 한 사람의 구속과 국제적인 대망신으로 파국을 이루었다. 물론 이 가장 큰 원인은 리만브라더스로 대표되는 이 나라의 핵심요직에 앉은 분 때문이다. 이분들이 얼마나 나라살림을 잘 이끌었으면 사람들이 서울법대에 유학까지 다녀온 경제수장의 말은 듣지 않고 그들이 전문대에 백수라고 비아냥 거리는 미네르바의 말에 귀를 귀울였을까. 가장 직접적이고 명백한 책임은 입만 열면 오해와 뻥으로 점철된 이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한겨레로 대표되는 진보적 성향의 언론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조중동이야 원래 그런 놈들이니 삽질을 하든 똥칠을 하든 알바도 아니지만 이 정권에 대항마의 한축을 구축하는 진보진영에서 미네르바 광풍을 은밀히 즐겼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그것이 아쉬운 것이다.
늦었지만 진보진영은 미네르바 사건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요한 사건임을 인식하고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진영은 전문대 출신이라고 비하하며 학력지상주의를 선포하고 실체도 없는 인터넷 논객에게 국정이 농락당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애초 있지도 않는 미네르바를 등장시켜 인터뷰하며 인터뷰 변으로 그의 주장이 신뢰할 수 있고 경청할만하다 난리를 치던 작자는 누군인가?
미네르바를 탓할 필요는 없다. 그는 독학으로 일반으로서는 높은 수준의 경제적 지식에 다다랐으며 그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귀로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였다. 그것이 옳고 그르던 간에 그의 주장은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의 토대이고 그것이 또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기 때문에 누가 나서서 왈가불가 할 권리도 없고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제대로된 담론체계를 구축했다면 발전적인 결론에 기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다 할 아무런 담론체계도 없고 ~까더라 소문도 제대로 소화할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것이 오늘 날 우리의 가장 큰 불행인 것이다.
인터넷에서 잘못된 내용이 조금 유포되면 인터넷 실명제를 들먹이며 못믿을 인터넷, 인터넷 논객은 모두 사이비 말도 안되는 구호들이 범람한다. 대체로 살펴보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지식의 공유과 광범위한 전파가 두려운 작자들이다. 물론 온라인이라는 공간의 폐단이 존재하는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온라인이라는 광범위한 지식전달의 매체 덕분에 우리는 무궁무진한 발전과 그 가능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모든 가능성과 가치가 두려운 자들은 자신들의 권위과 기득권이 매몰될까 전전긍긍하는 수구진영이다.
이 시대는 이 모든 가능성이 민주주의와 결합하여 새로운 차원의 민주주의가 탄생할 시기이다. 그래서 기득권이 세상이 전부인 수구진영에서는 이 변화가 두렵다. 지식의 광범위한 공유와 소통이 가져올 제2의 인쇄혁명이 두렵고, 그로인해 파생될 민주적 가치 회복이 두려운 것이다. 내가 아는 지식은 나만 알아야 있어보이고 대중을 자기 발 아래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요즘의 변화는 짜증나게 싫다.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이버 모욕죄고 인터넷 실명제다. 물론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별 희안한 죄명을 갖다 붙여 이름도 성도 모르는 인터넷 논객을 잡아다가 족치고 있다.
HSBC은행이 홍콩 상하이 은행이니 이를 중국 은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때문에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20억불 가량을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저들의 뇌는 온통 시멘트로 가득차 있음이 분명하다. 달나라에서도 비웃을 이 희대의 촌극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는 짓거리는 웃겨서 말도 안나오는데, 이렇게 웃긴 일이 2009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신들의 무능과 허위를 가리기 위해 미네르바라는 익명을 잡아다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웠다. 이것이 오늘 날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절망이자 위기이다. 미네르바는 곧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해외 언론이 민주주의의 위기, 한국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조롱을 날리는 것도 독재에 의한 민주주의의 침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데 하는 모양새는 개콘과 똑같기 때문에 비웃는 것이다. 비판할 거리도 되지 못해 비웃음을 날리는 것.
미네르바는 이땅의 지식인과 관료들에게 준엄한 칼날을 겨누고 있다. 깨닫지 못한다면 제2,제3의 미네르바는 다시 나온다. 어찌보면 미네르바라는 인터넷의 이름 없는 논객은 이 시대를 위한 순교자인지 모른다. 그로 인하여 이 땅의 지식인들의 교만과 직무유기가 다시 드러났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 비열한 정권의 추악한 면모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 아래 인용한 기사가 이번 미네르바 관련 기사중에서 가장 정확한 진단이 아닌기 싶다.
“폐쇄적인 담론 구조가 미네르바 신드롬 만들었다.”
[인터뷰] 21세기경제학연구소 최용식 소장.
21세기경제학연구소 최용식 소장은 미네르바와 많이 닮았다. 비주류 경제학자라는 점에서 그렇고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면서 직관적이고 명쾌한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최 소장은 지난해 12월 미네르바가 월간 신동아에서 ‘노란 토끼’의 공격을 경고하며 3월 위기설을 거론했을 때 “미네르바가 오판했다”며 반박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최 소장은 “미네르바가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전망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 검찰에 긴급 체포돼 구속된 박아무개씨를 두고 진위논쟁이 한참인데.
“나도 아니라고 본다. 박씨가 아고라의 글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직접 쓴 건 사실 같지만 모두 쓴 건 아닌 것 같다. 박씨가 전문대졸이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미네르바가 쓴 글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를 담은 글도 많았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글도 많았지만 일반인의 수준을 뛰어넘는 글도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미네르바가 여러 사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미네르바가 월간 신동아에 썼던 글은 어떻게 평가하나.
“미네르바가 쓴 글은 맞는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노란 토끼는 일본 엔화 자금을 말하는데 이들이 우리 외환시장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 엔화 자금이 보유한 국내 자산이 3천억 원이라면 1년 전에는 350억엔이 될 텐데 지금은 환율이 뛰어서 200억엔도 안 된다.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큰데 왜 굳이 손해를 감수한단 말인가.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거나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논리를 갖추지 못한 글이었다.”
– 미네르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미네르바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썼다. 시장 상황이 낙관적일 때 사람들은 계속 낙관적인 전망에 귀를 기울이고 비관적일 때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에 끌린다. 그런데 누구도 미네르바처럼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논리적으로 문제는 많았지만 정부나 전문가들 가운데 누구도 제대로 이를 반박하지 않았다.”
– 정부가 나서서 반박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반박을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했다. 9월 위기설이든 3월 위기설이든 정부가 나서서 기꺼이 소통하고 시장의 불안을 풀어줬어야 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대학교수 가운데 누가 이번 위기와 관련해서 제대로 된 전망을 내놓은 적 있나. 경제연구소도 넘쳐나지만 이들 가운데 누가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고민을 나눈 적 있나. 맨날 논문 내고 학회하고 하면 뭐하나.”
– 언론 역시 미네르바를 제대로 검증하기 보다는 경제 대통령으로 포장하는데 바빴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도 언론이 만든 것 아닌가. 미네르바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는 그게 없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너무 폐쇄적이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자기들만의 언어로 논쟁하고 일반 대중은 무지한 채로 바깥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미네르바처럼 적당히 솔깃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쪽으로 확 쏠리게 된다.”
출처 : 이정환 닷컴
미네르바 사건에서는 표현의 자유 이외에도
폐쇄적인 지식 구조와 같은 문제도 생각해 봐야겠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런 식의 담론들이 몹시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이슈를 다른 데로 돌려버리니까.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폐쇄적 담론구조가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었다고?
핵심은 그게 아니죠. 국가 경제를 말아먹은 현 정권의 무능력과 도덕적 타락 아닌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취급해야 할 사안들을 한가지 사례로 수렴해서 물타기 하는 수법.
비판을 빙자한 이런 식의 얘기들이 자꾸 늘어나거나 회자되면
제일 좋아할 사람은 누굴까?
사족. 신동아에 실렸던 미네르바의 글. 대단히 묵시록적이더군요.
내가 정권의 핵심자라도 반드시 무슨 수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밖에 다른 것들은 특히 11월 절필 이후의 글은 에피고넨들이겠지요.
(동아일보는 바보가 아닙니다. 바보인 척하는 검찰도 바보가 아닐겁니다 아마)
이건 한편의 아주 저질스럽고 고약한 연극이죠. 문제핵심에서 비껴가기 위한.
과거 군사정권은 위기 때마다 간첩단 사건을 만들었다면
현정권은 자기 색깔에 걸맞게 그걸 하고 있는 것다는 것 정도만 다를까.
그리고 그 효과는
정치,경제적으로 폭동이 날만한 일들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도
다들 미네르바 얘기만 하고 있는 걸로 나타나죠.
핫하 재밌고도 슬픈 글 잘읽었습니다.
이래저래 답답한 마음에 좀 주절거렸는데, 참…
요즘 뉴스를 안봐야 제가 제 명에 사는데…
누님 말씀도 맞아요.
핵심은 비켜선 것 같은 지적도 되죠.
말씀대로 지금의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뭐라해도 리만으로 대표되는 이 나라의 수장들이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늘 위정자의 허물에 가려 지식인들에게는 면책같은 것이 주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봐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정치인처럼 이름이 드러나고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 늘 자기 멋대로고.
무엇보다 제가 지식인들에게 갖고 있는 가장 큰 불신, 자기들만 이해하는 말과 글을 사용한다는 것.
이번 미네르바를 사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그들이 자신의 특권에 걸맞는 의무를 행사했다면 미네르바가 구속될 일은 없었을 것 같아요.
쓰고나서도 참 슬픈 현실입니다.
뭐 달라지다고 쓴 것은 아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