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토목주의자


문경에 갔다, 계곡이 보고 싶어서 봉암사 근처에 가보았다. 가는 길 내내 수려한 산세와 계곡을 인간이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제대로 보고 왔다. 계곡이라는 계곡에는 시멘트로 쳐 발러 경관을 망치는 것은 예사고, 무슨 놈의 수중보는 그렇게 많이 만들었는지 밥맛이 다 떨어졌다.

이번에 몇일 경상도를 돌아다니면서 이 나라의 토목주의자들이 국토를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오지중의 오지라는 경북 북부 지방이나 전북의 무진장(무주,진안,장수) 어느 곳도 삽질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었다. 이름난 명승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각했다. 도대체 내가 시멘트 구조물위로 흐르는 물을 보러 이곳까지 왔는지 후회가 막심했다.

그래서 사람 뜸한 곳을 골라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가보니 작은 시골 마을이 나왔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마을 앞 정자나무가 눈에 띄었다. 나는 우리네 시골 마을마다 보이는 이 정자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 나무는 쉼터이고 때로는 종교적 삶터로 우리 역사속에서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해 왔던가 !

자세히 보려고 가까히 가뵈니 정자나무 옆 작은 하천을 저 따위로 망쳐놓았다. 발전이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방 건설업자 배나 불려주려 저런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이 빌어먹을 토목주의자와 그 일당들. 지방토호로 군림한 군소 건설업체들이 어떻게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그들의 권력과 부를 증식하는지 옆에서 보면 이게 민주주의인지 의심이 간다. 수십년을 이렇게 살다보니 이들 사이의 유착관계가 얼마나 공고한지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파괴의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뭐 4대강 살린다고 어떤 인간도 눈만 뜨면 삽을 들고 공언하지 않는가.

새만금 논쟁이 한창일 때 전북의 건설업자들이 어찌나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선동하는지 법이 있다면 잡아 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건설업자 뿐만이 아니라 이들과 기생하는 지역 정치권과 행정, 그리고 언론계까지 광범위한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역언론에서 전북 소외론을 들고 나오며 말도 안되는 새만금의 허풍을 떨 때 어느 누가 나서서 그건 말도 안되는 허풍 삽질이라고 나섰던가? 정치권이고 언론계로 다 한통속이고, 같이 살고 같이 죽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쌀이 남아돌아 어찌 처분해야 될지 모르겠다는데 그 넓은 갯벌을 메워 논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어느 빌어먹을 작자의 꿈인가?

무안 갯벌은 매립의 위기에서 지역 공동체와 환경 단체의 노력으로 갯벌을 지켜냈다. 갯벌은 늘 그러했듯이 논과는 비교도 안되는 생산성으로 지역 공동체를 보살펴 주고 그들을 먹여 살려줬다. 내 땅 한조각도 없어 가난한 이웃들에게 갯벌은 매일 매일의 일터였고, 그들 삶의 기둥이었다. 지금도 무안 갯벌에서 나는 낚지 하나로 200억원의 소득이 지역 공동체에게 돌아가고 있다. 새만금은 뭔가? 거기에 카지노나 짓자는 미친 발상을 하는 놈들이 티비에 나와서 전파나 낭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좁은 나라에 사람은 많다 보니 개발의 손길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도대체 눈만 뜨면 삽들고 시멘트 쳐 바르는 인간들은 다 뭔가. 머리속에 든 것은 시멘트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뭐 멀리 볼 것도 없이 한국의 마릴린 멘슨을 보면 알 수 있지 뭐.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왜 그렇게 불만이 많냐고 타박하는데, 우리네 이 아름다운 산천이 시멘트 범벅이 되는 것이 부아나고, 겨우 겨우 살아 숨쉬는 계곡 옆에서 돗자리 펴고 고기 구워먹으면 술 퍼 마시는 족속들을 보면 환장하겄어서 그런다. 양심이라도 있다면 그 계곡에서 양말 벗고 느긋하게 발 담그는 호사로 만족해야 할 것인데, 뭐 평소에 못먹고 산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어느 계곡에나 먹고 마시는 부류들 때문에 기분은 잡치고, 경관은 지저분하다.

사람 없는 골짜기라고 찾아 들어가봐도 수중보 없는 곳이 없다. 수중보라는 것이 순전히 사람 생각이라 그것 하나 생기면 수중 생태계라는 것이 단절되게 된다. 물이 깨끗하면 뭐할 것인가? 거기 사는 생명하나 없는 물이 과연 생명을 품어주는 물 고유의 기능을 다한다 볼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한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이 하구둑으로 막혀 있다. 풍부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기수역이 사라진 것. 이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큰지 우리는 얼마나 생각해 봤을까. 어도를 만들어도 이게 정말 물고기들이 오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을까?

우리는 얼치기 녹색주의에 빠져 죽어가는 이 산하에 비수를 꽂고 있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인 낙동강 사업만 봐도 그렇다. 낙동강을 살리겠다는데 낙동강 취수원은 이전하겠단다. 이게 도대체 어느 정도 생각이 없어야 논리적 사고로 둔갑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대는 민주주의 위기만이 아니다. 우리를 품고 먹이며 키워준 우리의 산천이 죽음의 위기에 서 있는 것이다. 그 책임을 정권의 탓으로만 돌리지 마라. 이 정권을 먹여 살리는 것이 당신이고, 계곡의 예의 없는 행선객이 바로 당신의 이웃이다. 이 모두 우리의 빌어먹을 녹색주의에 물든 것이다. 관광과 여행을 구분할 줄 모르고, 녹색과 회색을 구분할 줄 모르는 우리가 민주주의와 독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지 모른다.

빌어먹을 토목주의자”에 대한 2개의 생각

  1. 요새는 제주도지사가 명바기 각하 흉내를 내니..쓰러집니다….
    그래서 제주는 온섬이 신음덩어리 입니다…
    조만간 한라산에도 케이블카 한다는 삽질 소식이 들리네요….
    게다가 이미 지금도 전국 최하위인 의료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을 추진중이니…조만간 제주도 병원의 대다수가 돌팔이화 될 지경입니다….
    이미 제주는 해안경관이 원래 모습을 갖추고 있는곳이 전무 합니다…
    모두 아스팔트 껌덩어리를 섬에 둘러 놓았다는~~~
    이래저래 대한민국은 각하들의 삽질 공화국 입니다…

  2. 그래도 제주 시민은 주민소환제도를 관철시켰잖아요.
    그런데 왜 한나라당 의원들을 그렇게 많이 뽑아주었는지 정말 안습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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