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0일 ㅣ 단식기도 4일째
새벽에 일어난 일…”단식은 골방에서 해야지…”

새벽 3시 쯤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명동성당에서 당한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참다못한 한 신부가 나가서 조용히 하고 명동성당 위에 가서 소리치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사이 자고 있던 한 신부가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설득해서 가는 듯했지만 다시 와서 자신의 사정을 들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참다 못한 인천교구 김현우 신부가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가서 정리를 했다.
5월20일 새벽 3시30분.
한 형제가 술을 드시고 명동성당 들머리로 와 이제 막 깊은 잠에 드신 신부님들께 한탄을…
교회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힘든 사람들을 먼저 돌보십시오. 창피합니다.
한참 떠드는 소리에 신부님들이 잠에서 뒤척거립니다.
아~ 이 시간에… 보수단체인가? 그냥 떠들다가 가시겠지… 그렇게 20여분을 우렁찬 목소리로 잠을 깨우십니다.
한 사제가 경찰을 불러 취객을 데려가길 바랐습니다.
아무 소용없이 다시 돌아와 그는 같은 얘기를 반복합니다.
저와 대화를 나누실 분이 안 계십니까?
그때 제 가슴에서 뜨거운 마음이 솟아 올랐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잠에서 막 깨어 예민하기도 했고, 밤새 20번은 더 뒤척거렸기 때문에 1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실명도 이야기하고 보수단체 같지도 않고, 신자로서 사제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보였기에 저는 부족하지만 다가갔습니다.
몇 해 전 일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내는 유방암, 23살 된 딸은 난소암, 하지만 그는 이곳 명동성당에서 버림받았습니다.
직원은 주거 침입죄로 신고 했습니다.
그 뒤로 명동성당 앞에서 일인시위도 했다 합니다.
자신을 그저 정신병자나 취객으로 무시했던 교회에 절망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무역회사 대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직장도 아내와 자식의 치유도 아니 었습니다.
얘기를 들어 주고 함께 아파할 사람이었습니다. 위로해 줄 교회였습니다.
저는 제 아버지 뻘 되는 그분의 등을 쓸어 내렸습니다.
눈물을 보이 십니다. 죄송하다고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이제 사제의 길로 들어선 제게 이 새벽은 교회의 새벽이었습니다.아픈 새벽이었습니다.
사제관이 아닌 명동성당 들머리에 이렇게 있는 것도 아팠고, 사제가 명동성당에서 냉대 받는 모습도 아팠습니다.
그리고 더 가슴 아픔 건 아픈 이웃의 말을 마음을 다 잡고 듣기까지
제 마음이 굼떴다는 것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는 동안 명동 성당 용역 직원이 우리가 자고 있는 곳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러 왔다. 뻔히 자고 있는 줄 알면서도 물을 뿌렸다. 대표신부가 자고 있는 침낭에 의도적(?)으로 물을 뿌렸다. 화가 난 대표신부가 “지금 뭐하는 짓이냐?”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뭔데 그래. 여기는 항상 새벽 3시30분에서 4시 사이에 물을 준다.”라며 계속 물을 주려고 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냐?”, “경비실장이 시켰다. 시켜서 하는 일이니까 물 줘야 된다.” “아니 사람이 자고 있는데 여기다 물 뿌리면 되냐?” “그건 잘못했다.” 화가 난 총무신부님이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려하자 호스를 낚아채고 뿌리지 못하게 했다. 큰 소리가 오고 갔다. 그러는 사이에 명동 성당 주임 신부님이 성당 입구에서 수단을 입고 쳐다보고 있었다. 화가 난 총무 신부님이 신부들이 노숙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마태오 복음 6장 6절에 단식은 골방에 가서 해야지 라고 되어 있어!” 라고 근엄한 얼굴로 말한다. 대표 신부님도 올라왔다. 그래도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
왜 이럴까? 성당이 왜 이럴까? 신부가 곡기를 끊고 이슬을 맞아가며 노숙하는 데 같은 신부가 이해를 못할까? 불쌍해 보이지도 않나?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 다르다고 거부하거나 배척할 수 있나? 우리 모두 신자들을 위해서 신부 생활하는 것 아닐까? 자신의 영욕을 위해서 신부 생활하는 것은 아닌데! 신부마저도 우리를 배척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나? 어디서 자야 되? 한숨만 나오고 담배만 펴진다. 정말 위로도 막히고 아래로도 막혀서 어디로 갈 수 없어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붙잡고 있다.
이렇게 날이 밝았다. 걱정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하루도 조용하게 지나갈 날이 없다.
출처 : 정의구현사제단 블로그 http://blog.daum.net/sajedan21/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