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전파와 박해의 풍상(風霜) 속에서 장남 정약현은 집안을 지켰고, 셋째 정약종은 끝내 참수당했다. 둘째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 가서 평생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자산어보>를 남겼고, 막내 정약용은 배교하고 동료 교인들을 효과적으로 잡는 방법까지 밀고해 살아남았다. – 김훈 소설 ‘흑산’ 중에서
정약종은 어려서부터 과거응시보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 천주교로 정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과정에서 약종은 남은 형제들을 보호하고 본인이 천주교의 죄업을 다 업고 간다. 조선의 입장에서 그는 대역죄인이었으나 역사를 뚫고 살아남았다.
그의 아들 정하상은 몰락의 기로에 선 조선 천주교를 다시 일으킨 주역중 한명이며 평생을 그 믿음을 위해 헌신하다 순교한다.
한국의 천주교는 이들 부자와 다른 수많은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성장하였다. 오늘 한국의 천주교는 순교자들의 희생에 부합하는 믿음과 헌신을 갖고 있는지 늘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