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수난곡을 듣는 밤…

밤에 혼자서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와 더불어 음악을 듣고 있자니,
지금 내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은행원이라는 이 낯선 호칭.
나는 지금도 어디 일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작은 회사에서 일한다고 말한다.
은행원이라는 호칭이 낯설기도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는게 흥도 안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이 없다지만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아서 다른 직장 구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지만,
부채가 성장의 원천이 되는 지금의 경제구조는 필연적으로 강자독식구조를 만들어낸다.나는 그곳에 기생하면서 월급을 받고 또 살아가지.

무위당 장일순은 한밤중에 울어대는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에,
저 작은 생명이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노래하는 그 존재의 의미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그가 느낀 그 위대한 깨우침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가 느낀 감동을 동경하며 살고 싶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지겹게 돈을 만지고 또 돈 때문에 사람에게 시달리고
또 그 돈을 벌려고 자리에 앉아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게 뭔짓인가 생각이 밀려온다.
하지만 나이 서른 여섯 문과출신은 직장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두뇌가 비상한 것도 아니기 때문.

애초에 취업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세상을 바꾼다는 거창한 꿈은 꾸어본 적도 없고
그저 나 하나만 제대로 건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살았지만,
이것 하나도 쉽지 않은 거창한 꿈이었다.

마태수난곡을 듣다보니 쓸데없는 고민과 생각이 실타래처럼 얽혀 뭐가 뭔지 구분이 안가는구나…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