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서는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이 시간대에는 느낄 수 있는 특권. 세상 모든 소리가 귀를 귀울이면 들리기 시작한다.
음악을 꺼야 한다. 밤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밤의 이 소리가 좋다. 세상을 눌러 지배하는 밤의 정적. 그 정적을 뚫고 간간히 들리는 소음. 밤은 소음마저 다른 의미로 소리로 변색시킨다. 회색빛이 밤이 부여하는 색으로 갈아입는다.
내 집에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존재하는지 이 새벽이 오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침묵과 정적은 그래서 언제나 옳다.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만들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듣게 해 준다. 침묵과 정적은 내 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해주고, 낡은 관성처럼 베인 타성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깨어있어야 한다. 들리는 소리가 있으니.
이 정적속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소리를 갖는다. 그것은 침묵할 줄 알기 때문이다. 동이 트면 모두 다른 소리를 갖는다. 밤새 침묵에서 깨어나 요란한 소리를 갖지. 모두가 소리를 갖게되면 시끌벅적 모두가 평온을 잃게 된다.
밤이 되고 밤이 새벽이 되고 새벽이 끝으 향해 달려 갈 때 정적도 가장 깊어진다. 그때까지 깨어 밤의 노래를 듣고 싶다. 오늘 유달리 이 밤의 노래가 아름답다. 그건은 침묵속의 노래, 그 노래를 찾는자 만이 들을 수 있는 노래. 밤의 노래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