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천재 코른골트.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음악, 오페라 죽음의 도시. 모두가 현대를 향해 돌진하던 시대에 그는 반대의 길로 걸었고, 그렇게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왔지.
하루 하루 지나가는 일상. 나도 이제 나이를 헛먹지 않았는지 앓이 한 번 없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래 이렇게 말야. 오늘 종일 이소라의 눈썹달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봄을. 봄… 여름이 가고 가을오면 돌아올 수 있을까요… 겨울이 가고 봄이 돌아오면 손 닿을만큼 올까요…
뭔가를 블로그에 써보고 싶었는데 막상 앉아 쓰려고 하면 쓸 것이 없었다. 그래서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를 다시 들어봤다. 기괴한 이야기 전개속에서도 선율의 아름다움은 폭발한다.
외할머니가 결혼할 여자만이라도 데려와 할머니에게 인사하면 원이 없겠다고 했다. 들을 때는 한귀로 흘렸지만, 집에 돌아오니 귀속에서 맴돌고, 할머니를 향한 말 할 수 없는 그리움과 상념이 밀려온다. 눈물이 흐르는 강이 있다면 난 그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거야.
헐리우드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8살에 오페라 단막극을 작곡한 이 천재는 그렇게 그저그런 음악가로 남기를 원치 않았다.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고 후기 낭만주의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자기 발자국을 남겼다.
다시 이소라의 봄을 반복해서 반복해서 듣는다. 봄이라고 보고 싶고 보고 싶어서 봄. 생각이 나고 때때로 마음도 그립다. 온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초록으로 물들 때, 나의 이 슬픔도 이 계절이 주는 위안에 찬란해진다.
가끔 코른골트는 왜 자신의 천재성을 불화, 시대와의 불화로 소모했을까. 충분히 시대에 부응할 수 있었던 능력을 가졌지만, 역설적으로 시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지. 세계대전이라는 이 거대한 시대의 불운이.
머리를 다시 짧게 깎았다. 왜 깎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깎고 싶었어. 후회할 것 알면서도 깎았고, 깎고 나서 다시 후회한다. 우리네 삶하고 똑같네. 후회할 줄 알면서 후회한다.
코르골트도 라흐마니노프처럼 자신의 대륙을 떠나 신대륙에 정착하면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힘들어 한 것이 아닐까. 라흐마니노프는 창작곡을 한 곡도 작곡하지 못했지. 코른골트는 그보다야 낫지만, 그도 역시 그의 영감의 원천인 자신의 땅을 그리워했을거야.
사랑을 생각한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제는 스물 한살의 나는 다 사라지고 아저씨 한 사람만 서 있다. 얼마나 행복한지 알면서 얼마나 아픈지도 안다. 그래서 이제는 불나방처럼 불길속으로 뛰어들지 못한다. 슬프지만 난 이제 늙어버렸어. 나를 더 태울 마음이 남아있지 않아. 슬프지만 그것이 진실. 하지만 다 나쁜 것만은 아냐. 더 태울 것이 없어진 후에야 나는 재만 남은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