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곳은 어디일까. 그 기원도 끝도 알 수 없는 바람. 나는 이 바람에 대한 동경이 있다.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도 바람. 그래. 그렇게 난 바람을 닮고 싶었다. 보이지 않지만 맨살에 닿아야 그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나무가지를 흔드는 그 손길에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은 무형으로 유형을 만들어 세상을 움직이는 숨결이다. 그렇지 어머니 지구의 숨결.
바람을 보려면 숲으로 가야 한다. 이왕이면 대숲이면 더 좋지. 거기서는 바람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 답답한 사무실에서는 더욱 바람을 닮고 싶다. 창밖의 은행나무를 흔드는 저 바람. 시인은 잔가지를 지날 때 바람이 많은 상처를 입는다며, 바람의 상처까지 걱정했다. 그런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으니 시인이 될 수 있었던거지.
시작도 끝도 없는 그 바람의 자유로움이 좋다. 시작도 끝도 없으니 바람은 오직 지금 뿐이다. 그래서 지금 내 살갗에 와 닿는 이 바람은, 영원의 전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