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for1 블루레이를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입. 물론 네트렙코라는 이름값을 믿고 산거지. 화질 음질 모든면에서 블루레이와 DVD는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했고 생생한 화질과 음질 덕분에 더욱 극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말러 4번에서 확인한 가티의 지휘력을 이번 영상물을 통해서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말러 음반에서의 젊은 가티의 모습은 없고 몰라볼 수 밖에 없는 할아버지가 등장을 해서 깜놀. 그러나 가티의 반주가 얼마나 세심하고 유려한지 보면서 감탄을 거듭했다. 짤츠부르크 페스티발의 높은 수준을 확인 할 수 있는 무대도 만족스러웠고 가수들의 가창도 만족스러웠다. 라보엠이 테너에게 어려운 오페라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영상을 통해 보니 소리로만 편히 듣던 이 오페라가 테너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다 만족스러운 무대였지만, 테너가 그중에서 좀 쳐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네트렙코는 피가로의 결혼에서 보여주던 그 빛나는 외모가 갑자기 통통해 결코 죽지 않은 것 같은 얼굴로 돌아와서 상당히 당황 ㅋㅋ. 네트렙코의 미모가 대단했다는 사실을 피가로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피가로에서 네트렙코는 근접 촬영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그런 무결점의 미인. 영화배우가 부럽지 않다. 라보엠에서는 살이 왜 그렇게 쪘을까.
어제 4막의 도입부에서 재생을 멈췄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 할 것 같아서. 소리로만 듣는 오페라도 완벽한 음악이다. 그 소리가 주는 향연이 얼마나 달콤하면 무대 음악음악임에도 감동을 받겠는가. 그런데 무대음악을 무대와 함께 감상 할 경우, 소외당했던 눈이 눈을 뜨게 된다. 눈과 귀가 서로 통하는 그 순간 감동은 이전과 다른 밀도로 다가온다. 라보엠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라보엠을 듣고 가슴 저미는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눈과 귀로 보고 듣는 라보엠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 얼마나 우리의 마음에 다가서는지 알려준다. 기쁨에 웃고 슬픔에 운다.
4막을 앞두고 멈춘 이유는 슬픔을 향해 돌진하는 이 마지막 장을 볼 감정을 남겨두기 위해서다. 4막에서는 사랑이 슬픔으로 모두 타 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사랑은 기쁨보다 슬픔이고, 슬픔으로 마음에 새겨진다. 4막에서 루돌프와 미미의 사랑도 끝이 날 것이다. 그 끝은 분명하고 감정도 분명하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봐야 하는 것. 또 얼마나 처절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할까. 사랑을 얻을 때보다 잃어버릴 때 강렬하고 심장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