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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굳은 살이 없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 예전에는 굳은 살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운동을 했는데 요즘의 나는 홈짐까지 꾸미고 사는 사람이 맞는가 싶다. 손바닥의 굳은 살이 굳은 살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마땅히 방법이 없다. 이래서 나이들면 살이 찌나보다. 몸 움직이기를 이렇게 더디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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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블루레이를 주문했다. 블루레이를 보게되니 DVD는 잘 안보게 된다. 오페라를 음악으로만 듣다 극음악으로 감상을 하게되니 감정소모가 좀 있는 편. 아직은 감정과 감정이 맞서는 극이 더 좋다. 그 쪽이 감정이입이 더 쉽고 음악더 더불어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은데… 아줌마들이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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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사무실의 일상에서 자주 창 밖의 은행나무를 본다. 나는 저 은행나무를 보고 계절을 안다. 저 은행나무를 통해서 나는 바람을 보고 하늘을 본다. 사무실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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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찬기운이 느껴진다. 그렇게 덥더니 이제 더위로 그 기세가 꺾였다. 이제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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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는 유도를 배워보려고 함. 레슬링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전북 지역에는 레슬링 가르쳐주는 곳이 체고 같은 곳 말고는 없는 듯. 신체능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예전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유도를 해보려고 한다. 정적인 운동만 하다보니 유도처럼 동적인 운동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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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생 노인이 정기예금을 하러 왔다. 이제 쓰고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저렇게 녹이슨 못처럼 시들해져가는 삶. 나도 저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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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삶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는 내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지금 나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것이 헛된 생각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늘 지금 나의 위치를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인가 보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삶 마지막 날인데 말야. 유영모의 말처럼 오늘은 오:오늘의 오, 늘:영원한 의미의 늘, 그래서 오늘이 영원이라는 말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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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언제 좋았던 적은 있으랴마는, 그래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성장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었다. 이제는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한 성장의 시대가 올 것 같다. 주가는 노령화와 관련된 주식들이 하늘을 찌른다. 이 나라의 서글픈 미래가 주식시장에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