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집안에 아무도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 나만 음악을 좋아했다. 그걸보면 뭔가를 좋아하는 것은 타고 나는 듯.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부터는 음악에 심취해서 온 종일 음악만 생각하고 지낸 적도 많았다. 이 열병을 20대까지 앓았는데 덕분에 나는 졸업이라는 단어와 20대 시절에는 영원한 이별을 하였다.
그중에서도 피아노는 마음 가장 가까이 다가온 악기. 내가 서투르지만 연주도 할 수 있었고 기억 가장 첫부분에 저장된 곡도 피아노 소품집.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피아노 음악을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한다.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도 사랑하고 그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즐거워한다. 비록 초보적인 수준의 연주에 지나지 않지만 스스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만큼 위안을 주는 것도 드물다.
1년에 한번은 이사를 해야 하는 보따리 삶에서 피아노를 산다는 것은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전세라도 집을 얻고 난 후에는 소음때문에 키보드를 연주 할 수 밖에 없었고. 비로소 내 집이 생기고 나니 피아노를 들일 수 있었다. 저 검은 자태의 피아노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다. 음반으로 듣던 그 피아노 음색은 아니지. 하지만 연주하고 있다보면 연주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만족을 준다.
내가 직장을 갖고 돈을 벌면서 가장 잘한 일이 피아노를 산 것이고,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지금으로 집으로 이사한 것이 올해 가장 잘한 일.
바라는 것은 다 가질 수 있는 삶을 살아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지만, 피아노는 순간이나마 나의 갈증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