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어제 퇴근하고 씻자마자 잠들었다. 이틀을 푹 자다보니 몸도 마음도 개운한 기분. 잠을 아껴가며 일하거나 공부한다는 말은 살면서 생각해보면 틀린 말 같다. 세상에 잠처럼 몸과 마음에 좋은 약이 없다.
운동도 못하고 학원도 못가고 책도 못읽고 레슨도 못 받았지만 괜찮다. 잠을 잤으니까.
깨어나지 않는 잠은 두렵지만,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잠은 얼마나 달콤한가. 살아있는 삶의 축복이다.
계절이 가을로 들어서니 신록이 푸르름을 잃고 겨울을 준비한다. 여름의 빛나는 생명력이 사그러드는 이 가을은 그래서 서글픈 계절이다.
햇빛마저 한여름의 그 뜨거움은 다 잊어버리고 따스하게 내리쬔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온다. 겨울은 긴 잠이다. 봄날에 깨어나기 위한. 춥고 황량한 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건 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