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면서 잃어버린 가장 큰 감정은 기쁨이다. 기쁨을 잃어버린 삶으로 성당에 나갈 때마다 기쁨은 신앙의 결과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밀려와 신앙에 대한 회의감까지 밀려온다. 늘 하는 생각.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일에 대한 기쁨은 바라지도 않지만 일에 대한 염증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 자체에 대한 회의감. 경직되고 수직계열화된 조직문화. 자유분방한 나에게는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평소에도 쓸데없는 생각과 몽상이 잦은 나에게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빼앗아가는 일이라는 것이 잘 어울릴 수는 없는 법. 수직계열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회사를 다니면서 몸에 베이게 알게 되었다. 사람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보고 있자니, 이 사회가 정상이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내가 사회 부적응자라고 손가락질 해도 내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생각이 깊어만 간다.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도 없고 애사심도 없는 사람인지라 회사에 미련은 없는데, 그만두고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면… 남들처럼 답이 없다. 매달 나오는 월급이 급식처럼 사람을 길들이니까… 길들여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지.
길들여져 살아야 할지, 거부하고 광야로 나가야 할지. 일단 참아야겠지. 늘 그러했듯이… 뛰쳐나갈 용기가 없는 나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