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없는 일상

바다 건너 나라를 가본 적이 없었던 나는 처음 눈으로 확인하는 이국의 풍경이 낯설었다. 이국적이라는 이제는 하도 봐서 옆동네 같은 성당이나 거리의 풍경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물론 오래된 건물들의 운치는 상당했고 거대한 성당의 풍경도 볼만은 했다. 볼만은 했다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꾸미는 모습은 뭔가 우리에게 없는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관광지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골목으로 들어가도 어디를 가도 한 결 같은 그 풍경을 보면서 이건 그네들의 일상이라는 것을 깨닫았다.

휘황찬란하게 꾸민 것도 아니고 대단한 정성을 들여서 꾸민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의 한 부분. 내 일상의 시간을 쪼개고, 기꺼이 품을 들이는 그 모습이 난 무척 부러웠고 어디를 가나 인상깊었다.

단군이래 가장 배부른 삶을 산다는 지금, 우리 거리의 풍경은 어떤가. 번화가는 번화가대로 주택가는 주택가대로 황량한 풍경이다. 어디를 봐도 시간을 쪼개 품을 들일 틈이 없다. 틈없이 빡빡한 일상과 뺵빽한 풍경. 우리의 삶은 이렇게 메말라가는 것이다.

이제 그만 패스트 무버 Fast Mover 의 삶을 살지 않으면 안되나? 다람쥐 챗바퀴처럼 쉼 없이 달리다 질식해 죽을 것 같다. 우리 파파의 말씀이 생각난다. 쉼 없는 노동은 영혼 없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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