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까지 난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차를 즐겨 마시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다양한 발효차의 세계에 빠져들어 허우적 거렸지. 다기를 모으고 차를 모으는 것이 좋은 취미였으니까.
반면에 아내가 커피를 굉장히 좋아해서 아내를 위해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어주다 시나브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다. 모카포트는 비알레띠 브리카. 지금 생각해봐도 어설픈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는 것 보다 브리카가 더 낫다.
이후 드립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그라인더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고, 드립의 특성상 원두를 무척 가리게 되었다. 그 후의 커피 생활은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입맛이 까다로워질수록 원두 선택이 어려워진다. 이에 비례해 로스팅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스스로를 채찍질 하지만 이미 시간의 문제. 아내가 뭐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그럼 커피를 못마시게 했어야지. 이미 늦었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맛있는 원두. 그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신 아내의 탄성! 나는 그때 또 초기비용은 크지만 생두값이 원두값보다 훨씬 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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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동안 사두고 맛없어 방치했던 원두를 정리했는데, 얼추 7킬로가 넘어가는 그 많은 양을 보며 속이 쓰렸다… 방향제로 쓰려고 내가 이 삽질을 했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