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안들었다. 하지만 담담하게 영화를 끌어가는 모습은 영화의 가장 큰 미덕. 노무현이라는 이름, 그의 삶 그것 만으로 충분한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그 감정이 계속 내 마음으로 밀려들어왔다. 계속되는 낙선, 험난했던 민주당 경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서도 후단협에 흔들리던 후보. 그의 삶은 평탄하고 온전한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사모가 아니었기에 노무현의 뒤에서 그를 지지했던 보통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잘 알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서야 노무현을 지탱 해주던 그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재벌과 권력의 비호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염원에 힘입에 대통령에까지 당선될 수 있었다.
2002년 개혁국민정당이 창당한다. 보통 사람의 정당 인터넷 정당 당원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정당. 모인 사람 하나 하나가 그냥 다 보통 사람들이었지. 나처럼 어린 대학생, 꽃집 아저씨, 회사원. 지금 생각해보면 참 소박한 생각 하나로 모여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정치가 일상의 생활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었다. 그때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활동가 두명은 나중에 민주당 국회의원에 입성한다. 그 사람들의 의정활동을 보면서 보통 사람과 활동가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정치가 직업이 되면 일종의 퇴행이 온다는 것도.
개혁국민정당은 외곽에서 노무현을 도왔고, 노무현의 당선에 열광한다. 노무현과 개혁국민정당은 당은 달랐지만, 일종의 형제와도 같은 그런 사이. 명연설로 회자되는 문성근의 그 피 끓는 연설도 개혁국민정당에서 나왔다. 그날 그 현장에 노무현도 있었고, 노무현은 눈물을 흘린다. 지금 생각해도 역사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개혁국민정당은 노무현의 당선과 함께 해산하게 되고, 한 때의 추억이 된다. 그때 해산하지 않고 계속되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쉬움과 미련은 늘 남기 마련.
노무현을 보며 김대중이 떠올랐고, 문재인이 떠올랐다. 노무현의 그 험난한 삶의 여정이 그래도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이라는 거인이 있어서 가능했다. 원치 않는 대통령의 길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의 길을 걷을 수 있는 것은 노무현이 있어서 가능했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모두 민중의 소박하고 진실한 기대에 자신의 삶을 헌신한 사람들이다. 이 나라 정치사중 가장 힘든 여정을 겪은 김대중. 역사 앞에 떳떳하려 노력하였던 그의 삶은 배신당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당내에서 그를 흔들지 않았지. 정당이라는 틀 안에서 그는 언제나 거인이었다.
반면 노무현은 그러지 못했다. 못 배워서 가난해서 그는 가진자 없는 자에게도 천대를 받는 그런 정치인이었다. 언제나 외곽에서만 배회 할 수 밖에 없는 이방인. 그의 삶은 그랬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제서야 대학생 시절 열광만 하던 정치인이 아닌 노무현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하지만 이제 그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시달린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국민의당 인간들이 사람으로 안보인다. 분한 일이지. 화가 아니라 분한 일이다. 그럼에도 문재인이 민주당에서 겪은 고난은 노무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노무현 그 사람이 자신의 온 삶을 던져 희생하였기에 문재인에게도 민주당에게도 오늘이 있는 것. 노무현이라는 그 사람의 온전한 삶이 그 속에 있다. 그래서 문재인이 더민주가 잘하고 잘되었으면 한다. 노무현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네 보통 사람의 삶과 희망도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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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흔들던 세력, 그 작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문재인을 흔들고 있다.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것들도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