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집에 살기 전까지 좋은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 겨울이면 난방이 안되어서 그냥 난방을 안하고 살았고 씻는 곳이 밖에 있어서 씻는데 애먹고… 그래서 그런지 난 사는 곳에 대한 편견이 없다. 내장 산속에 살 때는 전기 수도도 없는데서 살았다. 아침에 물 길어와 씻고 출근하고 그랬다. 그렇게 살다 내가 지금의 집으로 오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랜드 피아노를 사는 것이었다.
내 경험도 그렇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어느 곳에 사느냐가 어떻게 소비하느냐를 결정한다. 주거가 안정되지 않으면 소비도 진작되지 않는다. 또 주거비용이 지나치게 높으면 다른 소비를 억제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높은 주거비용으로 부유층은 일방적으로 그 혜택을 입었고, 저소득층은 그 주거비용을 감당하기에 급급했고,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은 외곽으로 추방아닌 추방을 당했다.
정부가 주거안정에 신경을 쓰면 시장경제를 반한다고 말한다. 이게 이 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