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로포비치가 돌아가셨을 때 블로그며 동호회며 온통 그분의 기사로 채워진 것을 보며, 로스트로포비치가 20세기 음악계에 끼친 영향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꺼내보게 되었어.
이제는 차세대 최고의 첼로 연주자인 장한나의 선생님이기도 해서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지.
얼마전에 로스트로포비치의 팔순 잔치가 크렘린 궁에서 대통령 푸친을 비롯한 온 국민의 축하아래서 치뤄졌는데, 로스트로포비치의 지난 날에 대한 러시아의 보답이라고 할 만큼 성대하게 지뤄졌지.
이 복 많은 노인네는 그 성대한 생일이 지나고 조용히 돌아가셨어. 지난 날의 아픔,기쁨,영광 이 모든 것에 대한 후회도 없을 것 처럼 국경을 초월한 모든 사람들의 추모속에서 잠에 드셨지. 특히 조국에서의 아픔을 말년에 이렇게 위로 받고 세상을 떠나셨으니 그 분도 섭섭하지 않으셨을거야.
난 윤이상이 생각이 들더라. 한국이 낳은 음악가 중에서 이 분보다 큰 업적을 남긴 분은 없는 것 같은데, 이분은 조국의 위안은 커녕 조국의 한 줌 흙도 만질 수 없었지.
조국에 대한 지독한 향수에 시달리면서도 갈 수도, 볼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죽는 날까지 고향 앞바다가 그렇게 보고 싶으셨나봐…
지금이야 통영 음악제네 뭐네 이 분을 호들갑 떨며 기리지만, 살아 생전에 로스트로포비치가 누린 그 조국의 따스한 품을 느껴보지 못하고 떠난 이 노인에 대한 연민은 어쩔 수 없네.
둘 다 20세기 최고의 거장들이고, 고난을 헤치고 영광의 순간을 이끌어 낸 분들이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어쩌면 이렇게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