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무장투쟁 전선에서 가장 오래 싸우고 가장 크게 이겼으면서도 무엇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남기지도 않은 채 극장 수위로 최후를 마친 조선 최고의 포수가 홍범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부두에서 하역노무자로, 우랄 광산의 광부로, 고기잡이배의 어부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총과 탄환을 마련해 다시 무장투쟁을 계속했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선포한 대한 독립전쟁 제1회전인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이끌며 가장 크게 이긴 대한독립군 사령관이었다.
나는 만주와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답사하고 홍범도의 삶을 추적하며 ‘범도’를 집필한 지난 13년 동안 단 한 번도 홍범도가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봉오동 전투에서는 총사령관 자리를 최진동에게 양보하고 1군사령관으로 내려가 싸웠고, 죽기 열흘 전에는 잔치를 열어 옛 동지들을 배불리 먹이고 위로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누구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 부하들에게 극장 수위로 모은 돈을 모두 털어주고 이역만리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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