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 있어야 할 테너가 수술대에 누워 노래를 부르는 이 기가 막히는 현실. 이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그저 그런 마음으로 시청하였지만 배재철님이 짧게 노래를 불러보라는 의사의 말에 이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전성기 시절에는 힘있고 전도유망한 테너였는데, 하나님은 그에게 귀한 재능을 주시고 또 그 귀한 재능을 너무 일찍 앗아 가셨다. 갑상선 암으로 성대 신경까지 잘라내면서 노래를 부를 수 없게된 이 기가막힌 현실.
방송에서 들은 그의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는 세계 정상급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나오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자신있게 부를 정도면 고음과 힘, 호흡 어느 것 하나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니까. 물론 파바로티처럼 청각적 쾌감까지 주는 극한의 고음은 아니지만, 젋은 나이에 참 대단한 목소리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재능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라졌으니 본인의 상실감과 가족의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으리라……
성대 재건 수술후에 용기를 내 교회에서 다시 한번 수술대에서 부른 찬송가를 부른다. 중음 이상도 올라가지 않는 목소리로 혼신을 다해 찬양을 드리지만, 그의 육체의 목소리는 찬송가의 낮은 음역도 허락하지 않았다. 찬양 도중에 목이 메여 눈물을 꾹 참는 저 장면에서 나도 눈물이 나왔다. 그가 다 부르지 못한 찬송을 교회 회중이 다같이 불러 찬송을 완성하는 모습은 이 땅에서 교회의 형제들이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부둥켜 안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어느 순간부터 울려나오는 회중의 찬양은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찬양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깊었다.
성대 재건 수술은 보통 사람이 일상 대화나 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이면 성공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영역을 뛰어넘는 오페라 테너 목소리를 다시 회복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 불가능한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 매일 산에 올라가 발성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니 시련은 그에게 목소리를 앗아갔지만 그의 예술혼을 더욱 깊고 아름답게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를 위한 일본인 친구가 마련한 무대에서 그는 텅빈 객석에 앉은 몇몇 지인을 위해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 반주도 없이 흘러나오는 ‘주기도문’을 듣고, 그의 일본인 친구는 옆에서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고, 청중은 소리죽여 그를 지켜보았다. 목소리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한창 때의 힘있는 고음은 이제 다시는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조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나님이 주셨지만 하나님이 가져가신 그의 재능을 두고, 그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백조의 노래를 하나님에게 온전히 드렸다. 그의 친구와 객선의 지인들에게도 커다란 감동이었겠지만, 그를 바라보는 하나님의 마음에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흘려내렸을까.
시련은 젊은 예술가의 날개를 꺾어버렸지만, 그의 정신만큼은 꺾지 못했다.
비록 육체의 목소리는 사라져 과거가 되었지만,
지금 그가 부르는 그 노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정신, 그 자체임을 믿는다.
정말 감동적이네요..
근데, mp3파일에서 나오는 음성은 박종호씨가 맞죠?
(혹시라도 배재철씨로 알고 들으시는 분들이 있으까봐서…)
맞습니다. 박종호씨가 불렀습니다.
삭제하려고 했는데, 깜박 잊고 있었네요.
저도 배재철씨 저 다큐보고 감동 많이 받았습니다.
예술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