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은 우리 글자인 한글에 담겨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며 전달할 수 있다. 지난 날에는 한자에 눌려 한글이 제 기상을 다 펴지 못했고, 일세강점기에는 조악한 일본문자인 가타카나, 히나가나라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해방이라는 깜짝손님이 찾아온지도 60여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우리 한글은 제 자리를 못 잡고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다. 영어라는 외래어에 눌려 한글보다는 알파벳이 우리 말보다는 잉글리쉬가 더 대접맞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말은 우리의 얼과 정서의 얼굴이며, 글은 그 얼굴을 지탱하는 몸이라 생각한다. 말과 글은 그 만큼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명체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람이기때문에 내 입에서는 한국말이 나오고 한글로 적는다. 이것이 대한민국 사람을 대한민국 사람으로 만드는 으뜸되는 정체성이라 생각한다.
많은 인생의 바람과 소나기에 시달릴 때도 내 마음과 피는 언제나 우리 말과 글에 본능적으로 감응한다는 것을 잊지말자.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우리 말과 글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나의 중심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말과 글이 없으면 나는 내가 아니다.
우리 말 – 리진
내가 잇고 난 피도
문제가 아니라고
하기로 하자
나를 낳아 축난 땅 앞에
갚아야 할 그 빚도 또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기로 하자
그러나 어쩌면 좋니
이 마음의
온갖 정과
이 마음 한구석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의
목 쉰 소리는
오직
우리말로만 울리잖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