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기도 ‘다시는 열정이 식지 않기를…’

[광주=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입력 : 2008-06-18 11: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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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기도 ‘다시는 열정이 식지 않기를…’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전엔 항상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감독 이하 선수단에게는 단순히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다.


올해들어 ‘바람의 아들’ 이종범(38.KIA)에게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자신을 향한 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그전까진 그냥 마음만 가다듬어왔는데 올해는 달라졌다. ‘열정이 식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누구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이종범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도다.


이종범과 열정은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그의 전성기를 이끈 8할은 가슴 속 끓는 피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범과 함께 해태의 영광을 이끌었던 조계현 삼성 투수코치는 한참때의 이종범을 이렇게 추억한다.


“광주나 잠실의 만원관중 앞에서 특히 야구를 더 잘했다. 관중이 많이 오면 ‘일부러’ 어려운 바운드의 공이 종범이에게 가도록 제구했다. 깊숙한 타구를 잡아 그 강한 어깨로 1루에 뿌려 아웃 시키면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그럼 종범이는 더욱 신이나서 타석에서도 날아 다녔다. 홈런도 치고 도루도 하고… 종범이의 피를 끓게 하면 투수는 그만큼 더 편해졌다.”


이종범은 지난 2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여기 저기서 “이젠 끝났다”고 수군거렸다. 이종범도 흔들렸다. 마지막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라운드에만 서면 심장 박동이 느껴질 만큼 펄펄 끓는 피도 식은 듯 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이 인정할 수 있을때 물러나겠다는 생각으로 연봉 대폭 삭감의 수모도 견뎌가며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결과는 대성공. 파워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빠르고 날카로운 특유의 이종범 야구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후보로 거론될 만큼 그만의 ‘그라운드 지배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열정도 다시 살아났다. 실로 오랜만에 전성기때와 같은 감정을 되찾았다. 아직 중위권으로 확실하게 뛰어오르지 못한 팀 성적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다시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3할을 넘어섰던 타율이 최근 주춤하며 2할8푼6리로 조금 떨어졌지만 타격감 까지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이종범은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안타는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종범의 기도는 기적처럼 다시 살아난 열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불태우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물론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http://spn.edaily.co.kr/sports/newsRead.asp?sub_cd=EB21&newsid=01184086586443032&DirCode=0020201&curtype=read


이종범이 일본 진출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감독을 잘못 만난 것이다. 일본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 팔꿈치를 크게 다치고 난 후 재기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호시노 감독은 그렇게 사람 좋은 감독이 아니다. 팔꿈치 수술 후에는 팔도 온전히 펴지지 않았고, 타격자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런 측면에서 김응룡 감독은 이종범을 잘 알았다. 수비에서 신바람이 나야 별명처럼 바람의 아들로 타격이며 주루플레이너 모든 면에서 날라다니던 이종범을 잘 알았던 것. 이종범은 경기의 중심이 자기가 위치해야 바람의 부는 선수인데, 김응룡 감독은 그것을 잘 알았던 것.

김응룡 감독 아래에서 이종범은 그야말로 야구 혁명 그 자체였다.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이종범은 여러 면에서 전성기의 면을 모두 잃어버렸다. 한국과 일본의 수준차이로만 설명하기에 이종범은 운도 없었고, 야구 스타일도 맞지 않았다.

이종범이 한국에 계속 남았다면 야구사를 다시 썼겠지만, 이종범의 한국에서의 기적의 기록은 천재의 한 때로 기억되게 되었다. 참 안타깝고 안타깝다. 내 어리 시절의 영웅의 몰락을 바라보는 것이…

하지만 바람의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 난 아직도 그 전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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