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그리운 이름 ‘함석헌’

 


역사는
한 사람이 잘못한 것을
모든 사람이 물어야 하고
한 시대의 실패를
다음 시대가 회복할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역사다.

함석헌〈뜻으로 본 한국역사〉



– 요즘 시국을 보소. 이 얼마나 구구절절 우리의 심금을 우리는 글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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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ey
님 블로그에서 이 구절을 읽으니 새삼 함석헌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심장과 피를 울리는 선생님의 글은 우리 말과 글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으며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백발노인의 글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글에는 민족의 핏속에 흐르는 호랑이의 기상을 불러일으켰으며, 우리가 잊고 지낸 그 소박한 마음을 불러주셨다. 일본강점기와 독재를 관통하는 그 긴 세월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시대와 대면하셨다. 선생님의 글이 우리의 마음과 머리를 움직이는 것은 선생님의 삶이 문자라는 매개를 통하여 우리 핏속에서 수혈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고뇌하며 시대를 짊어졌고, 얼마나 사랑하여 그 많은 씨알을 마음이 품으시려 한 것일까…….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하나님 앞에 떳떳하기를 간절히 소망하였고, 제국주의과 독재에 신음하는 씨알을 나를 사랑하듯 사랑하려고 얼마나 많은 날을 눈물로 지새우셨을까.


선생님의“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다 눈물이 목까지 차오르던 겨울밤이 생각난다. 어떻게 우리 말을 우리 글도 그렇게 쓰셨는지. 우리의 생각은 우리의 말과 글로 표현할 때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쉽고도 깊게 전달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된 계기였다. 우리의 말과 글은 우리네 역사처럼 고난의 길을 우리와 동행하였다. 그래서 우리말과 글은 우리와 뗄 수 없는 우리의 운명과도 같은 소중함 그 자체이다.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우리말과 글을 천시할 때 선생님이 우리 말과 글이 살길을 터놓고 가셨다. 자신을 불태워 시대를 밝힌 촛불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참 어른이 없다고 한다. 혼란과 격동의 이 시대를 향하여 엄숙한 한마디 말로 이 시대를 잠잠 캐 할 어른이 없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와 독재 시대에는 암울하였지만, 민족을 살리는 인물이 있었다. 해방도 맞이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함 선생님의 절친한 벗 김교신 선생님도 그런 어른이었고, 함 선생님을 키워낸 유영모 선생님도 계셨다.


이오덕 선생님도 돌아가시고, 권정생 선생님마저 돌아가시면서 진정 이 땅에 참 스승은 모두 돌아가셨구나! 좌절감이 밀려왔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내 마음이 믿고 의지하는 내가 나의 참 선생님으로 생각한 마지막 한 분마저 돌아가셨다. 그래서 함석헌 선생님이 더욱 그립고, 권정생 선생님이 보고 싶다.


함석헌 그는 일제와 독재시대를 아우르는 근 백 년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참뜻을 구했고, 그 뜻대로 살려고 온몸을 던졌다. 총칼의 일본 제국주의도 그 고귀한 의지와 큰 뜻을 꺾지 못했고, 독재의 서슬 퍼런 감시와 압제는 작은 바람마저 일으킬 수 없었다.


독재의 칼끝에서도 민중을 안고 맨 앞에서 맨몸으로 칼을 맞이했던 사람이다. 작은 예수 전태일을 못 잊어 눈물로 가장 먼저 이소선 여사를 찾아갔고, 장준하를 자신이 흙덩이가 되어서라도 디디고 올라서게 만들어주고 싶어 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함석헌 선생님의 글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나더러 말이 곱다 밉다 말라. 글에 조리가 있으니 없으니 마라.이 부조리를 깨치고 이 짙은 어둠을 뚫으려 이 수수께끼를 풀 때까지 난 미친 듯이 아우성치며, 회오리바람을 돌지 않을 수 없느니라. “


선생님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구절이라 생각한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밝아오듯이 그는 잠을 몰아내며 뜬 눈으로 아침 해를 기다리고 예비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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