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단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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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참 오묘한 것이 로스팅 할 때만 온도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커피를 내릴 때만 온도가 중요한 것이 아님. 마실 때도 온도가 중요함. 뜨거울 떄 미지근 할 때 식었을 때 각각 그 맛이 다른다. 각각 그 상태에 따라 마시기 좋은 원두도 다르다. 게이샤 같은 경우는 식었을 때도 맛이 좋다. 그 나름이 맛이 있는 것. 이런 원두를 만나면 기분이 참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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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가 보내준 과테말라 리오 아리바. 아프리카 커피를 선호하는 나는 중남미 커피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 만족을 느껴본 적이 없다. 유일한 예외가 게이샤 그리고 과테말라 라 조야. 그런데 지금은 과테말라 라 조야를 구할 수가 없다. 커피를 잘 모르던 시절에도 라 조야가 주던 그 균형감과 바디감을 잊을 수가 없는데, 애석하게도 지금은 어디서도 판매를 안한다. 아무튼 그 후 접한 리오 아리바는 오랜만에 만나는 단비처럼 입맛에 잘 맞는다. 나는 좀 원초적인 맛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균형적인 맛보다는 이렇게 색깔 분명한 원두가 입에 잘 맞는다. 리오 아리바는 온도에 따라 맛이 많이 차이가 난다. 막 내려서 식기전까지가 좋은 맛이고, 식은 후에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식기 전에 마시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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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로스팅한 캐냐 첼마. 좋게 말하면 균형감, 나쁘게 말하면 자기 색깔이 없다. 과일맛이 강하게 우러났으면 하는 아쉬움. 나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 않는 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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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식 프란치스코 김현채 토마스 묘소

정읍에서 가장 오지 산내면. 섬진강 상류 근처이며 옥정호가 위치하고 있다. 구절재라는 고개를 넘어야 갈 수 있는 곳인데, 그 예전 구절재는 사람의 힘만으로는 오르기 힘든 고개였다. 지금은 차를 타고 넘지만, 고등학교 때 자전거를 타고 이 고개를 넘던 그 처절한 기억이 떠오른다산 많은 한국이라고 하지만, 정읍-김제로 이어지는 평야지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그만큼 너른 평야지대인데, 이런 계단식 논은 참 보기 힘들다. 그만큼 이곳이 얼마나 산골인지 보여주는 예. 산으로 계속 올라가다 보면 마을이 나오고 마을을 지나 계속 올라가면 이런 시원한 물이 흐른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사진으로도 유추 가능. 

묘소를 향해 올라가는 초입

이 백일홍 무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묘소를 향해 가는 길이 시작. 백일홍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묘소를 향해 가는 길이 다 벌초가 되어있다. 교구에서 신앙 유적지라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덕분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편히 올라갈 수 있다.

 지금은 차타고 조금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는 길이지만, 차 도로가 없는 시절 여기는 사람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중턱까지는 차를 타고 올라왔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도 사실 쉽지 않음. 고지가 눈앞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팔른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계단을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가팔라서 굉장히 힘들다. 그리고 부상 위험도 높다.  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먼 이곳까지 피난와 이곳에 묻힌 신앙의 선조들. 그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키지 않았다면 오늘 한국 가톨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먹고 사는 것 조차 힘들 것 같은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것은 사람의 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복음을 믿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일테다.

믿음이 쉬운 세상에서 참된 믿음은 점점 바라보는 것 조차 힘들다. 나 스스로도 믿음을 가졌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믿음에 회의가 들가 들고 의심이 떠오를 때마다, 믿음의 선배들을 생각한다. 무엇때문에 그들이 목숨까지 버리고 그 길을 걸어갔는지. 먼저 걸어간 그들의 길이 보이면 흔들리는 행보에 갈 방향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