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그 시절의 나에 대한 평가. 언제나 현재의 나는 혼란과 불안으로 가득차 주저하고 머뭇거리며 나아간다. 누구를 만나 사랑하고 인생의 커다란 문제 앞에, 사사롭게는 내가 이 주식을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혼란과 불안이 걷히고 비로소 나는 제대로 된 시각으로 그때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것의 의미이기도 하다.

삶에는 언제나 현재뿐이다. 시인의 말처럼 미래는 더디오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있으니.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내 모습은 그래서 현재뿐. 지금 내가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과거의 일. 왜냐면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있으니. 볼 수 있는 우리의 시간은 언제나 과거뿐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고 객관적일 수 있는 건 과거에 대한 현재의 나의 태도. 현재는 더디오는 미래처럼 불확실 할 뿐이다.

지금의 나는 더디오는 저 미래의 나에게 어떤 모습일까… 늘 고민하지만 끝이 없다.
π (파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