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라

치프라의 박스를 정주행 하다 베토벤 소나타가 인상깊어서 몇 자 적는다.
진우샘이 치프라 베토벤이 인상깊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는데,
나도 생각했던 치프라의 베토벤 방향과 전혀 다른데, 완성도가 높아서 인상적이다.
느린 템포의 베토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빠른 템포를 선호하지만, 빠르게 연주하며 구조적 완결성이나 세부의 디테일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치프라의 건조한 페달링, 빠른 템포
그럼에도 뭐하나 모난 구석없고 오히려 정적으로 들린다.
그냥 손가락만 잘 돌아가는 피아니스트가 아닌데
지금처럼 잊혀진 것이 아쉽다.

이해가 안되는 부동산 시장

서울 부동산은 과열이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아파트만.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에 인근 호텔을 하나 은행과 공동대출로 190억을 대출하기로 했는데, 승인이 안나 결국 무산.

현금흐름이 양호한 우량 업체인데도 이렇게 되었다.

심리가 얼어붙고, 시장도 얼어붙고 이런 상황에서 영업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22년 상반기 부동산 호황기이 끝나가는 시기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또 다행이기도 하다.

호황기 끝물에 환상에 젖은 브릿지 대출들이 무더기로 여기저기 터지고 있다. 브릿지 대출의 특성상 삽도 들지 못한 사업장이 태반이고 감정가는 구름위에 있고. 원금회수는 커녕 할인률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 30% 할인해서 부실사업장을 인수하겠다하면 대주단이 절을 할 것. 요즘은 50% 할인을 명목으로 들고 오는 경우도 많다.

기회는 NPL=무수익여신=부실채권 에서 열리리라 본다. 운정지구에서 디에스네트워크(우리나라 최고 시행사)가 기한이익상실을 당해 4500억에 구입한 부지 계약이 해지되었다. 계약금 450억은 날라가고 이자는 이자대로 납입하게 되고. 운정지구처럼 사업성 있는 사업장은 LH에서 재매각하게 되면 할인이 되어 매각이 될 것이고 후속 사업자는 거품시기의 4500억이라는 금액보다 많이 할인 된 가격에 구입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로소 사업성이 열리고 대출이 가능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지금 현금이 있는 시행사나 회사는 부실자산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현금을 쟁여두고 준비하는 회사들도 있고.

문제는 저렇게 할인되어 매각되면 금융기관이 입게되는 손실. 충당금을 적게 쌓기위해서 별의 별 핑계로 정상화시켜 끌고 왔을텐데, 매각하게되면 충당금도 없는 판국에 손익은 나락으로 간다.

22년도 레고랜드 터졌을 때, 그 위기를 잘 수습했으니 서서히 물량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여기까지 끌고와서 결국에 해결이 될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꿈틀 거린다는 뉴스를 보니 혼돈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쓰는데 논현동 담보대출 문의가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절을 하며 받아야 하는 물건이지만, 지금은 서서 거기 놓고 가세요. 이런 형국.

PF 부실 잡설

PF대출이 터지면 건설사가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거와 달리 건설사는 원래 부채가 많고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건설사들이나 망하고 주로 시행사들이 망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건설사가 시행을 직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시행과 시공을 같이 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이후 주요 건설사가 시행을 겸업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미착공 PF대출이 많아서 과거와 달리 준공후 미분양때문에 크게 애먹지도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 건물 올리지도 못하고 망한 사업장이 많아서 그나마 나은 것. 채권자 입장에서는 땅만 덩그런히 남아있는 나대지보다 그래도 완공된 건물이 있으면 채권 행사에는 유리하겠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후순위로 기다리고 있는 것 자체가 불리함.

시행사들은 건설사에 비해 많이 영세하기 때문에 망해도 뭐 경제에 큰 영향은 줄 것 같지 않다. 시행업은 레버리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그 만큼 수반된다. 장점은 적은 돈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 할 수 있으니 호황기에는 공급에 탄력적이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줄도산이 예정된 미래.

PF가 터지면 주로 미착공 사업장이 터지고 그 땅이 경공매로 쏟아지고 어마어마한 할인율로 매각이 될 것이다. 채권자 채무자 모두 엄청난 손해지만, 이렇게 한 번은 털어내고 가야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구입한 다른 사업자가 이전과 다른 사업성으로 경제성을 갖고 새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말은 쉬운데 채무자는 파산하고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엄청난 손실을 수익에 반영해야 하니 재무부담? 아니 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은행같은 국가 기간 시설은 남의 일이지만, 중소 증권사나 저축은행은 생사를 걱정해야 할 정도. 올해 내 생각에 저축은행 몇개는 망하지 않을까 싶다. 충당금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손실이 확정되면 버틸 수 있을까.

사실 21년 말에 위기가 왔을 때 그 때부터 조금씩 정리했어야 했는데 이자까지 만기에 몰아서 연장해주고 미뤄만 뒀고, 총선이 끝났으니 이제 정리해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은 저금리 시대가 아니라는 것.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만기만 연장해주면 이자는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원금 + 이자 생각하면 연장만 해주는 발상은 최악이었다. 저금리 시대면 모를까.

얼마전에 알았는데 PF대출, 이자확약, 책임준공. 기존 건설사업에서 필수적인였던 이런 금융구조가 그림자 금융에 들어간다. 부채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틀린 말도 아닌게 이건 부실이 되어야 그때 정확한 부채규모가 파악이 되니.

어찌보면 그들만의 리그니, 우리네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부동산업은 내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금이 최악의 내수 상황이다 말들이 나오지만, 만약 지금이 최악이 아니라면?

은행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데, 은행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넉넉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굥은 아직도 잘하고 계시니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