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23


1.
오늘 볼로도스의 페데리코 몸포우의 음반을 회사에서 받고, 퇴근하지 마자 시디피에 걸었다. 볼로도스가 보여준 탐미주의가 몸포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몸포우의 음악은 단순하지만 복잡하고 낭만적인 것 같지만 현대적이다. 뭐라 정의내릴 수 없는 몸포우의 음악. 볼로도스의 연주 여전하네.

2.
미켈란젤리의 테스터먼트 라이브 실황을 들었다. 이 불세출의 연주자의 40대 녹음. 기량 해석 연주 모든 면에서 정점에 오른 시기. 후기 DG녹음에서보다 강렬한 건반의 통제력을 보여준다. 잔향까지 잘라내는 듯한 극한의 기교, 엄격한 템토, 루바토… 피아니즘의 황홀경이다. 들으면서 아찔했다. 이 시기의 녹음이 적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3.
토요일 날을 새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 게다가 출근 행사, 연이틀 아침 출근을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주일 미사 참석을 빼먹었다. 주일이라는 것을 생각도 못하다 오늘 알았다.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동안 주일을 거른 적이 없었고 그것이 이 미약한 신앙의 한 자부심이었는데, 그것이 오늘 깨졌다. 멘붕에 빠져 회사에서 어쩔 줄 몰랐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이… 이번주는 저녁미사는 다 참석해야겠다.

4.
하느님이 나를 안쓰럽게 여겨 다시 사랑을 주신다면, 나는 그 사랑을 잘 간직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계산적이고 몸이 피곤한 것을 꺼리게 된다. 스물 한살의 나는 사랑을 위해서 내 온몸을 불살랐지만, 서른 여덞의 나는 나가지도 뒷걸음지 치지도 못한다. 그냥 이러다 말겠지.

5.
어제는 서러웠다. 말이 다 닿지 못하는 설움이 종일 있었다.

6.
듀나 사람들 만나서 참 재미있다. 지난 엠티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다. 정읍에서 번개 할 때도 식당에서 일러와 천변을 보는데 와… 남자랑 같이 있는데도 설레더라 ㅋ

7.
휴일 없이 주8일을 일하는 느낌이 뭔지 알겠다. 오늘이 금요일 같았다. 젠장… 하필 행사가 연속으로 잡힐 줄이야. 운이 없었다. 덕분에 10년이 넘는 나의 주일성수가 깨졌다. 물론 이건 핑계다.

8.
부엌 살림 정리도 점점 끝나간다. 엄마가 워낙에 손이 커서 거의 종가집 살림 수준이라. 버리는 것도 일이었고, 정리하는 것도 일. 나도 살림 욕심이 많아 그릇이며 냄비가 장난 아닌데, 엄마 쓰던 것까지 합치게 되니 이건 뭐… 이사짐 아줌마가 이 대살림을 참 깔끔하게 어머니가 하셨다고… 이 말을 여러번 하셨다.

9.
도대체 내 차를 누가 긁어놓고 도망가는거냐. 한 두번도 아니고. 루프를 벽돌로 긁어버리지를 않나, 범퍼를 받아버리지 않나. 이번에는 앞휀다부터 뒷휀다까지 시원하게 긁어놓고 가셨네. 범퍼는 앞뒤로 사이좋게 긁어놓고, 게다가 사이드 키트까지 긁어주셨네. 그건 긁기도 힘든데… 블랙박스 갈았으니까 조심해 !

10.
장발의 머리를 짧게 깎고 염색을 태어나서 가장 밝은 색으로 했다. 이사님이 나를 보더니 이뻐졌네 하시네. 지점에 근무해 오랜만에 만난 선배님들. 와 지원아 너 이뻐졌다. 한 3번은 들은 듯. ㅋㅋ 아직 살아있나???

짧은 생각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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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첫사랑이 생각난다. 스물 한살의 오월은 참 행복했었고, 외로움의 끝에서 만난 그녀는 나의 삶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눠놓았다. 그렇게 사랑해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토록 애를 써도 그것은 운명의 수레바퀴와 같아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외로움에 곁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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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어렵지만,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온갖 불합리를 갖다 붙여도 조직은 합리화 된다.


자유로웠던 나의 지난 날을 생각한다. 참 자유로웠다. 자유가 넘쳐 태만으로 흐르기도 했지만, 자유롭지 않으면 꿈 꿀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만지고 느끼고 보았다. 진정 행복한 시기였고, 내 삶의 뿌리가 되었던 시기. 스펙 취업 때문에 20대 애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얼마나 암울 한지 온갖 통계 수치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알게 된다. 20대에는 꿈을 꾸고 꿈을 좇아 살아야 하는 시기다. 직장은 30대에 잡아도 늦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걸 용납하지 않는다. 젊은이가 꿈꾸지 못하는 사회에 어떤 희망이 있겠는가.

….
날씨가 따뜻해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려고 하는데, 요즘 날씨가 꽤나 춥다. 예전에는 한겨울 빙판길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을 어떻게 다 견디었는지 모르겠다. 불과 4년전인 것 같은데… 한겨울에 페달을 힘껏 밟고 강의실에 도착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찬공기를 마신 페가 느끼는 고통. 이제는 고통없는 일상이지만, 더 건강해진 것 같지 않다.

…..
그랜드 피아노를 사고 싶다. 피아노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 좁은 공간에서는 그랜드피아노가 의미가 없다는 말을 들으니 망설여진다. 업라이트도 좋지만, 그랜드 피아노의 그 풍성한 울림을 느껴보고 싶은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
봄이면 늘 생각나는 뮤지컬 겨울 나그네. 김형석 작곡의 이 뮤지컬 시작곡은 봄이면 봄마다 찾아온다. 꿈은 아닐까 ~ 그댈 기다리는….. 으로 시작하는 첫 구절. 어김없이 봄과 함꼐 찾아왔다.

…….
부엌 살림과 안방 옷가지를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도 못하고 있다. 손댈 것이 많아서 매일 조금씩 하는데 엄두가 안난다. 주말 내내 붙잡고 해야 하는데, 주말이면 그 황금같은 시간, 아까워서 딴 짓을 하게 된다.

……..
요즘 다시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게 된다. 음악도 자주 듣게 되고. 이제 나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짧은 생각 21

1.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늦여름이다.
한낮에는 덥지만 그늘에서는 시원하고
밤에는 춥기까지 하다.
지금이 계절의 여왕이다.
가을은 슬프고, 겨울은 시린 계절.
지금이 신록이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기억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신록이 잠들고 따사로운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이 축복을 즐기리라…

 

2.
직장을 갖다보니 서로 다른 환경, 시간…
마음은 처음 만났을 때 그때인 것 같은데,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네.
나이를 먹으면 이런 것이 서러운 것.

 
3.
마음속의 고향같은 음연.추석이 되기 전에 한번 다 모여서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 했으나,
직장에 메인 몸은 내 몸이 아닌 것.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들 곁에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