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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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주말에 하루만 놀아야지 이틀을 놀면 월요일이 괴롭다. 잠은 꼭 집에서 자야하고. 집에 쟁이는 습관도 집돌이가 체질이라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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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폭풍수다를 떨었는데, 평소 말이 거의 없다 맘 맞는 사람만 만나면 성령의 은사를 입어 방언이 터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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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트레이닝은 늘 하는 운동이지만 늘 무슨 재미로 하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습관인 듯… 유도를 하다보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사무실 옆 누나는 내가 스킨쉽을 갈망해서 유도하는 한다고… 듣고 박장대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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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잊을 수 있어도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 다나베 세이코 ‘딸기를 으깨며’

짧은 생각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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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이렇게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낮에만 여름을 느끼지만 그마저도 예전같지 않다. 이제 가을. 외롭고 서러운 계절이다. 부지런히 햇볕을 쬐어야겠다. 가을보다 더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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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서 나만 결혼하면 끝인데, 내가 문제다. 누구를 만나도 그냥 그렇고 안만나도 그냥 그렇고. 연애세포가 자연사 한 듯. 스물 한살에는 사랑때문에 죽음이 이렇게 가까웠나 싶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귀찮네. 내 마음은 아직도 사랑을 갈구하지만, 내 몸은 이제 점점 귀찮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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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다 또 허리를 다쳤다. 엄청난 무게를 들어올리다 그런 것이라면, 그래… 억울하지라도 않겠다. 내 체중만큼의 무게에도 허리가 이렇게 부담스러워하다니… 운동을 안한 것도 있지만 배가 나와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배가 나오면서부터 복근을 비롯 코어부분의 모든 근육이 배를 닮아간다. 근육도 나태해지는 것. 뱃살부터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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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을 때는 시간이 남아돌았는데 돈이 좀 수중에 있으니 이제 시간이 없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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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호남당으로 남기를 바라는 건 호남에 있는 상당수의 현역 국회의원들. 쓰레기 같은 놈들. 호남 사람들 피를 빨아먹는 모기같은 놈들이다. 그리고 그 모기같은 놈에 기생하는 사람들. 일제시대에 태어났으면 일왕에게 충성을 다 할 놈들. 역겹다. 이런 놈들이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그리고 이런 놈들을 뽑아주는 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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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 그게 직장인의 운명이다. 그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뭔가를 배우고 여행도 가고 일탈도 꿈꾸지만, 월요일이면 자정의 신데렐라처럼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지. 결국 운명의 극복은 사표를 내는 것이고, 그것의 의미는 경제적 해자 아니면 궁핍으로의 회귀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의지.

 

짧은 생각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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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굳은 살이 없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 예전에는 굳은 살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운동을 했는데 요즘의 나는 홈짐까지 꾸미고 사는 사람이 맞는가 싶다. 손바닥의 굳은 살이 굳은 살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마땅히 방법이 없다. 이래서 나이들면 살이 찌나보다. 몸 움직이기를 이렇게 더디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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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블루레이를 주문했다. 블루레이를 보게되니 DVD는 잘 안보게 된다. 오페라를 음악으로만 듣다 극음악으로 감상을 하게되니 감정소모가 좀 있는 편. 아직은 감정과 감정이 맞서는 극이 더 좋다. 그 쪽이 감정이입이 더 쉽고 음악더 더불어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은데… 아줌마들이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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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사무실의 일상에서 자주 창 밖의 은행나무를 본다. 나는 저 은행나무를 보고 계절을 안다. 저 은행나무를 통해서 나는 바람을 보고 하늘을 본다. 사무실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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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찬기운이 느껴진다. 그렇게 덥더니 이제 더위로 그 기세가 꺾였다. 이제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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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는 유도를 배워보려고 함. 레슬링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전북 지역에는 레슬링 가르쳐주는 곳이 체고 같은 곳 말고는 없는 듯. 신체능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예전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유도를 해보려고 한다. 정적인 운동만 하다보니 유도처럼 동적인 운동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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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생 노인이 정기예금을 하러 왔다. 이제 쓰고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저렇게 녹이슨 못처럼 시들해져가는 삶. 나도 저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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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삶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는 내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지금 나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것이 헛된 생각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늘 지금 나의 위치를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인가 보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삶 마지막 날인데 말야. 유영모의 말처럼 오늘은 오:오늘의 오, 늘:영원한 의미의 늘, 그래서 오늘이 영원이라는 말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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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언제 좋았던 적은 있으랴마는, 그래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성장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었다. 이제는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한 성장의 시대가 올 것 같다. 주가는 노령화와 관련된 주식들이 하늘을 찌른다. 이 나라의 서글픈 미래가 주식시장에서 보인다.